연연해하지 않겠다고 레오는 말했다. 근 3일간 궁에서만 3명이 죽어나갔다. 대부분은 그의 목을 노리던 배신자였다. 괜찮아. 더듬거리듯 레오는 말했다. 연연하지 않을 거야. 조용하고 간결하기 끝이 없는 말이었다. 종종, 레오는 덫에 걸린 짐승 같은 목소리를 내곤 했다. 황제로써의 삶이 그 어떤 수난과 육체적 고통도 느껴지지 않을 안온한 일상임이 분명함에도 그...
먼저 읽고오세요.♡ 1. 죽는다고 했다. 의사는 그렇게 말했다. 회복 가능성은 낮아요. 의식이 돌아올 확률도 마찬가지고요. 설령 깨어난다고 해도 앞으로 활동은 어렵겠습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시는 편이 좋으실 겁니다. 나이 든 의사는 뒷머리가 조금 길었다. 흰색 진료 가운은 물먹은 솜처럼 풀기 없이 늘어져있다. 기대하지 마세요. 손 쓸 방법이 없어요. 목숨줄...
꿈속에서 내가 커다란 무대? 학교 강당 같은곳이었거든요. 그곳에 마주보는 의자 2개가 있고 난 한쪽에 앉아있었음. 조명색은 따뜻하구 빈 의자있는쪽에 문이 하나, 또 내쪽으로 문이 하나. 내쪽에서 가장 먼저 미츠루가 들어옴. 미츠루가 빈 의자에 앉고 우리는 마주앉았어요. 제가 미츠루에게 여러가지 인터뷰같은 걸 했거든요. 대충 먼내용인지 이제는 거의 기억 안남...
멍청한 건지 아니면 알면서 그러는지. 사쿠마 레이는 강가변 다리를 걷다 멍청히 다리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잔잔한 물. 물 위를 건넌다. 누가 물을 건널 수 없다 그랬지, 허락받지 못한 곳엔 가지 못한다 누가 그랬지? 늙은이들이 그랬지. 그리고 나도 늙었지. 질리도록 늙었지. 슬슬 눈을 감고 싶었는데 왜 살아있지. 그따위로 중얼대며. 한 손엔 지폐 뭉치 또 ...
하카제가 머리를 기르기 시작한 건 지난겨울의 일이었다. 별 다른 동기는 없었다. 아버지에 대한 반항의 의미가 컸던 것 같다. 귀 바로 밑에서 짧게 잘려있던 머리가 뒷목을 덮는 데까지는 6개월 채 걸리지 않았다. 걸핏 지저분해 보일 수도 있는 머리지만 나름대로 정리까지 끝내면 볼만한 정도는 되었다. 하카제는 어깨까지 오는 머리를 한 손으로 모아 쥐곤 끈으로 ...
이것 참, 오랜만에 뵈는 외지인이로군요. 실례라면 죄송합니다만, 저희 마을은 워낙 외진 곳에 있는데다, 밖에서 사람은 거의 안 와서 말이죠. 물건을 사러 시내에 나가는데만 1시간이 걸리니까 말입니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외지인이 반가울 수밖에요. 그러고 보니 낯이 익은 얼굴입니다만... 혹시 어디서 뵌 적 있었는지... 아아, 외지인인 줄 만 알았더니 예전...
20대 후반의 사쿠마 부부는 금슬이 꽤나 좋은 편이었다. 서로에게 가끔 짜증은 내더라도 상처주는 말은 일절 하지않았고, 혹여 상대가 아픈 날에는 지극정성으로 돌볼 정도였으니 말이다. 게다가 부부관계도 원활한 편이었으니 할 말 다했다. 아무튼 사쿠마 부부가 꿀 떨어지는 부부라는 것 정도는 주위의 지인들은 전부 알고 있는 사실이었고, 그들은 사쿠마 부부가 잘 ...
최초의 기억은 엄마의 장례식이 끝난 후, 아빠의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왔던 일이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 노을 진 하늘을 보고 나지막히 예쁘다. 라고 했는데, 아빠가 그걸 보더니 내 손을 잡은 손에 조용히 힘을 주었다. 아빠 울어? 아빠가 답했다. 으응, 안 울어. 그리곤 조용히, 곧바르게 집으로 걸어갔다. 어디서 왔는지 모를 물방울이 집으로 가는 길을 적셨...
분명, 피아니스트라고 했지. 레이는 손에 들린 음료를 무심코 입가에 가져다대려다, 곧 제자리에 두었다. 조금 뒤 연주가 끝나고 그가 내려온다면 전달할 작은 성의였다. 버릇처럼 손에 들린 걸 마시다가, 침이라도 묻는다면 그가 불쾌해 할 것이 뻔하다. 뭐, 자신은 간접키스 정도는 큰 신경 안 쓰지만, 그 사내의 반응은 어쩐지 쉽게 예상이 가곤했다. 찝찝하다던가...
안녕, 여보. 당신은 언제나 그랬죠. 무뚝뚝한 척, 차가운 척 하지만 그 누구보다 사실 상냥하고 따뜻한 사람이잖아요. 저는 알고있어요. 언제나 여유없는 당신은 제 곁에서 겨우 쉬곤 했는데 제가 이렇게 가버리게 되었으니 당신은 이제 어디서 쉬어야 할까요. 그게 너무 걱정되어요. 우리가 같이 살아오고, 서로 사랑하며 지냈는데, 사랑을 잃어버린 당신이 상처받지 ...
한낮의 거실은 불을 켜놓지 않아도 밝다. 크게 뚫린 창에서 햇빛이 새어들어왔기에, 카오루는 불을 켜지 않은 채 소파 위에 웅크려 앉아있었다. 손에는 투명한 샐러드 볼을 든 채였다. 카오루는 앞을 응시했다. 바로 앞에 티비가 켜져있었는데, 방영한지 조금 오래된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걸 이미 카오루는 알고있었다. 카오루는 무료한 눈을 한다. 그리고 샐러드를 씹는...
1. 신경성 위염이랬다. 앞으로 맵고 자극적인건 최대한 피하시고, 죽을 드시는게 좋으실거에요. 흘러내리는 안경을 몇 번 코 위로 밀어올리던 의사는 컴퓨터 화면을 끝없이 응시한다. 한번 입을 쩝 다시곤, 아 커피드시면 안되는 거 아시죠? 라며 나를 쳐다보는 그의 눈을 부라린다. 네 알고있습니다. 커피를 끊은지 한참되어 나에겐 쓸데없을 이야기를 언급하던 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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